월요객석) 전기도 응답하라 1988
장길수 고려대학교 교수
과거의 얘기를 다룬 TV 드라마가 최근 큰 인기를 얻어 30년 전 과거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현재와 과거를 비교할 때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가까운 20 여년을 보면 인터넷, 스마트폰, 무선통신, 반도체 등이 될 것이고 더 길게 30년 이상을 고려한다면 단연 전기가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동차와 비행기를 제치고 20세기 최고의 공학적 성과로 전기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한 세기 동안 정말 다이내믹하게 성장한 전기의 가치가 인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전기는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한 형태로서 누가 발명한 것은 아니다. 1752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처음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600년 경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견한 정전기를 그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1831년 마이클 패러데이의 발전기 개발로 전기가 실생활에 사용 가능하게 되었고, 그 후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현재의 상업적 전기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때가 1900년대 초기이므로 우리가 전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한 것은 10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 전기는 다양한 가전 제품을 사용 가능하게 하여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고 공장과 사무실에서 여러 형태로 삶의 동력을 제공해 왔다. 미국 Duke Energy (Carolina) 자료(www.progress-energy.com)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기름 값이 210%, 항공료가 96% 인상되는 동안 전기요금은 13%만 올라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전기가 현대 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887년 처음 전기를 사용한 우리나라는 해방 후 20만kW 정도의 발전용량으로 전기공급을 시작하였으며 그 후 장기전원개발계획에 따라 부족한 전기의 공급량을 크게 늘려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88년 2만2294MW의 발전 설비는 2013년에는 9만1038MW로 308% 증가하였고 최대 사용 전력은 1988년 1만3658MW에서 2013년 7만6522MW로 460%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각 국민 1인당 전기 소비량이 1988년 1771kWh에서 2013년 9285kWh로 424% 증가하였고 우리 국민이 필요한 전기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1988년 각 가정 당 2.6회로 잦았던 정전은 2013년 0.2회로 5 집 중 1 집 정도가 1 년에 한 번 정전을 경험하는 수준이 되었고 이는 각 가정을 비롯해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의 정전에 대한 대비를 않게 하여 2011년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경험하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설비의 대규모 증가와 전기 공급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에도 전기 가격은 1988년 kWh당 59원에서 2013년 106원으로 80% 증가하는데 그쳐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해 오는 우리 실정을 감안할 때 전력 산업은 그 책임을 훌륭히 완수했다고 생각한다.

10년 후에 현재를 돌이켜본다고 가정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변화할까를 생각해 보면 환경 문제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원의 활용 비율,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전기로 에너지원이 변경되는 새로운 부하들의 비중,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요 반응 등의 활용에 의한 부하율 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전력계통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기관들에게는 이미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으며, 이미 이러한 도전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도전이 예상되는 상황 하에서는 현재와 같은 필요 이상의 전력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고, 그러한 전력 품질 수준의 유지를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부터는 적정 수준의 전력 품질을 제시하고 전기 사용자의 책임과 참여를 요구해야 한다. 변화하는 여러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의 공급을 가능하게 하여 10년 동안의 힘겨운 노력에 대한 응답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성 : 2016년 02월 17일(수) 17:40
게시 : 2016년 02월 19일(금) 10:45


장길수 (고려대학교)